깐깐한 분상제 땅값 검증…분양가 인하 압박에 서울 공급 씨 마르나
8월 이후 서울 공급량 5333가구…모두 분상제 미적용
택지비 추가 검증 7곳 모두 재평가…"래미안원베일리 결과에 관심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시행 이후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이 주춤하다. 향후 공급 대기 중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도 분양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분간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은 씨가 마를 것으로 보인다.
9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 새 아파트 공급 실적은 2만2020가구(총가구 수 기준)다. 이 가운데 1만6687가구는 분상제 시행 전인 7월까지 공급됐고, 나머지 5333가구는 그 이후다.
8월 이후 5333가구 모두 분상제 미적용 물량이다. 지난 7월28일 분상제가 본격 시행했으나, 아직 분상제 적용 단지는 시장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분상제 시행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분상제 적용 새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분상제 분양가 산정 절차가 까다롭고, 정부의 보이지 않는 통제가 심해 정비사업장들이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서다.
분상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기본형건축비를 더한 가격에 가산비를 합산해 결정한다. 이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택지비다. 사업부지 땅값인 택지비는 시청과 구청이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사 2명의 감정평가를 먼저 받은 뒤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정동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에 따르면 올해 감정원이 택지비 감정평가 결과 적정성을 검증한 사업장은 총 7곳으로 Δ공항동 발쿠치네하우스 민영주택사업 Δ상일동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 Δ신월동 스위트드림아파트 Δ서초동 1486-17 공동주택 신축공사 Δ둔촌동 632 민영주택건설사업 Δ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Δ역촌1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다.
감정원은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적정, 수용가능, 재평가 요청 중 결정한다. 감정원은 7개 사업장 모두 재평가 요청 판정을 내렸다. 결국 지자체가 지정한 감정평가 결과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비업계는 감정원의 택지비 감정평가 검증이 분양가 인하 압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본다. 분상제 시행 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했다면 분상제 시행 후에는 감정원의 추가 검증으로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정원의 택지비 감정평가 검증을 받은 7개 사업장 중 6곳은 애초 감정평가액보다 떨어졌다. 택지비 감정평가액 감소는 분상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 정비사업장 다수가 분상제 분양가가 HUG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는 최근 땅값이 많이 올라서"라면서 "하지만 감정원 추가 검증 절차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심사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다. 래미안원베일리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로 최근 HUG 분양보증 기간 만료로 분상제 적용이 확정됐다. 현재 감정원은 래미안원베일리의 택지비 감정평가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 결과는 이르면 10월 중순께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래미안원베일리의 HUG 분양가는 3.3㎡당 4891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 상당수가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가를 지켜보고 있다"며 "조합 생각처럼 실제 분상제 분양가가 (HUG보다) 더 오른다면 분양에 나서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HUG 분양가보다) 더 떨어지면 공급 물량은 더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